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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된 궤도 Sprayed Orbits

2026

최혜경의 개인전 ⟪분사된 궤도 Sprayed Orbits⟫(2026)에서 작가는 회화에서 다뤄온 기하학적 운동과 물감의 우연한 흐름을 조각과 공간으로 확장한다. 회화, 조각, 벽면 설치가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이며, 개별 작업으로 머물지 않고 하나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분사된 궤도 Sprayed Orbits⟩ 회화 시리즈는 접하는 원들의 구조(tangent circle)라는 수학적 질서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접점을 따라 원의 중심을 이동시키며 원호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적 관계를 기반으로 곡선을 만들어 나가고, 그 궤적을 따라 물감 입자를 분사해 화면에 축적한다. 분사된 입자들은 스스로 흩어지고 모이며, 천천히 쌓이는 색의 층과 우연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기하학적 구조는 고정된 형태로 완결되지 않은 채, 색 입자의 혼합과 밀도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궤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회화적 탐구는 입체 작업인 ⟨홀론 Holon⟩ 조각 시리즈로 확장된다. 구면 기하학과 위상적 사고를 바탕으로 구(sphere)의 형태를 변형한 이 조각들은 내부와 외부, 표면과 빈 공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뒤바꾼다. 모빌 형태로 설치된 작업은 미세한 기류에 반응하며 천천히 회전하고,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매번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전시 공간 안에서 회화, 벽면 설치 ⟨기하학적 메아리 Geometric Echoes⟩와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연속적인 장을 이룬다.

⟪분사된 궤도⟫에서 기하학은 절대적 질서나 시각적 거리를 조직하는 구조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입자의 움직임, 촉각적 표면, 생성적 알고리즘, 위상적 전환과 같이 근대적 이성 체계가 배제해 온 불안정한 요소들을 작업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기하학을 감각과 물질의 흐름 안에서 다시 작동시킨다. 여기서 회화는 먼 거리에서 대상을 제시하는 이미지라기보다, 관객을 둘러싸고 스며드는 환경으로 존재하며 공간 전체에 하나의 감각적 대기를 형성한다. 관객은 산란하는 입자와 회전하는 조각 사이에서, 자신을 하나의 중심으로 고정하지 않은 채 시선과 몸의 위치에 따라 매번 다른 장면을 만난다.